10월 28일부터 11월 10일까지 아트비트 갤러리에서 황세준 개인전 <행진도착>이 열렸다. 이에 아트비트 갤러리는 미술과 문학이 공존하는 예술의 장으로써 좋은 시너지를 줄 수 있도록 미술관 휴관일에 문인들을 초대하여 전시 관람 및 인터뷰, 시 낭독을 진행하였다.

황세준 개인전에 방문한 문인들은 동인 <켬> 소속으로, 문학 평론가와 시인(전영규(문학평론가), 이서하(시인), 이소연(시인), 주민현(시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현재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젊은 동인인 동시에, 소속 문인들이 전부 여성 창작자라는 것 또한 흥미롭다. 이들은 지구 환경 보호와 여성 인권, 즉 ‘에코페미니즘’에 목소리를 내고 앞장서며 다양한 활동을 이어 왔다. 2019년에 열린 ‘쓰레기 낭독회’도 그 중 하나다.

이날 갤러리를 찾은 시인들은 황세준 작가의 작품을 감상한 뒤 그 앞에서 자신의 시를 낭독하는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다. 이서하 시인은 「변양」(시집『진짜 같은 마음』수록 /민음사)을, 이소연 시인은 「문 없는 저녁」(시집『나는 천천히 죽어갈 소녀가 필요하다』수록 /걷는사람)을, 주민현(시인)은「심장은 사탕」(시집 『킬트 그리고 퀼트』수록 /문학동네)를 낭독하였다.

황세준 작가의 정적이고도 화려한 색채의 작품과 잘 어우러진 시는 마치 하나의 ‘퍼포먼스’로 작용하였고, 이는 문학과 공존하며 보다 더 또렷하고 깊은 예술 문화 향유를 하겠다는 아트비트 갤러리의 포부와도 아주 적합하였다. 아래는 이서하 시의 전문이다.

변양

서북부 연안의 작은 나라에 살던 왕의 아들은 왕이 된다

어느 날 길을 걷던 어린 왕은 우연히

생기로 가득한 올리브나무 숲을 보았다

한 곳을 보며 걸어가는 사람처럼 어떤 그리움도 슬픔도 없는 표정으로 서 있는 것은 나무의 일이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주변이 되는 것은 시의 일이고 

사람은 다른 사람을 주변으로 만들고

우리는 서로 다른 모종의 역사를 가졌으니 

네가 걸으면 모두가 뒤를 따를 것이며

광활한 초원은 죽음의 무도가 될 것이다 

그것은 올리브의 예언이자 부왕의 유언이었다

스무 해가 지나면 한 그루의 나무는 더 큰 나무로 자라날 것이고 왕의 아들은 왕이 되겠지만

연한 것은 쉽게 상하고 유서에 적힌 문장처럼

팔로 자신이 지닌 비밀을 멀리하는 시체들

아트비트 갤러리는 “미술관 휴관일에도 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행사나 활동이 있었으면 했다. 공간이 있는데 쓰지 않는 것은 아깝지 않나.”며, “엄밀히 말하자면 아트비트 갤러리는 상업 갤러리지만, 말 그대로 상업 자체가 중심인 갤러리가 되는 것을 지양한다. 이러한 협업을 통해 좋은 작품과 작가를 널리 알리고 싶고, 갤러리가 하나의 문화장으로 자리매김 되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한편, 11월과 30일 아트비트 갤러리에서는 <온택트 전展시詩회>인 ‘빈 터의 배우들’이 진행될 예정이다. ‘빈 터의 배우들’은 전종대 작가의 개인전 타이틀로, 오는 11월 25일부터 12월 1일까지 아트비트 갤러리에서 진행된다.

갤러리 휴관일에 이루어지는 <온택트 전展시詩회> 차도하, 김미리, 류휘석, 이유운, 박규현, 정재율 시인이 낭독자로 참여한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낭독으로, 아트비트 갤러리 및 <웹진 아는사람>의 sns에서 라이브 방송을 함께 겸할 예정이다. 당연히 참가비는 무료. 11월의 마지막, 따뜻한 방 안에서 다정한 낭독을 함께 들으며 보게 되는 온라인 전시회, 되도록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하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글을 마친다.

 글. 한소리 (시인, 아트비트 갤러리 큐레이터)

▼ 황세준 작가의 작품과 함께 시 낭독 들으러 가기 

Artbit Gallery Artist 황세준X주민현  https://youtu.be/EQYeuMwlTjE

Artbit Gallery Artist 황세준X이소연  https://youtu.be/dAHimkpql10

Artbit Gallery Artist 황세준X이서하  https://youtu.be/k9xE-J3PC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