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컬렉션 _ Secret Collection

Dabal Kim

2017.08.15. ~ 2017.09.12.

태워지는 순간의 기록, 잉크 펜촉으로 나열되는 희열, 곤충들의 생물학적 관찰, 뼈들로 이뤄진 풍경, 사육동물과 주인 없는 들개(호주 사막의 들개, 딩고), 파리를 사냥하는 개미, 노마딕 채집들과 알수 없는 명칭들의 분류, 일종의 환상 동물시리즈 구현, 태워지고 구워지는 것에 시공간을 초월한 만남으로 박제된 세상. 이것이 내가 그려내는 혹은 스스로 명상하는 정신의 교양 방식이라 말하고자 한다.

동양신화속의 혼돈의 신 ‘제강’이 죽음으로서 세상이 창조되었다는 신화이야기는 이 세상의 처음은 혼돈이었고, 그 혼돈이 질서를 잡으면서 세상이 창조되었다고 믿었기에 이러한 신화가 내려져 왔다한다.

천산이라는 곳에서는 금과 옥이 많이 난다.
영수가 여기에서 나와 서남쪽으로 양곡에 흘러든다.
이곳의 신은 그 형상이 누런 자루 같은데 붉기가
빨간 불꽃같고 여섯 개의 다리와 네 개의 날개를 갖고 있으며 얼굴이 전연 없다.
춤과 노래를 잘할 줄 아는 이 신이 바로 제강이다.
(산해경 중에서)

이 제강의 형상이 유쾌하기도 하고, 혼돈 속에 갇힌 어두운 상황처럼 볼 수도 들을 수도 없는 그의 모습이 마치 우리의 삶을 닮아 있기도 하고, 그러나 가무를 즐길 줄 아는 그의 재능과 속성은 창조하는 힘의 근원이였으니, 태초를 창조했다는 그의 모습이 “왜 여기서 무엇을 하고 살고 있는지”에 대한 깨달음을 준다. 그러나 눈, 코, 입, 귀, 7개의 구멍을 뚫다가 결국 숨지게 된다. 혼돈자연의 상태에서 인위적인 것, 별안간 순식간 순간은 덧없는 것, 인간의 작위(作爲)가 더해지면 파괴되고 사멸됨을 상징한다. 난 결국 그를 전구에 갇힌 제강으로, 태워지는 순간의 기록으로 남긴다.

나의 작업은 신화속의 것, 잠재된 것들의 귀환을 더불어 생존의 인식지도를 그려내는 것, 노마딕 여정을 통해 익힌 루트를 다시 재공사하여 설계하는 도면과도 같다. 이번 호주 중앙 원주민 거주지의 사막 여정에서 펼쳐진 작품 프로세스는 동양신화에서 미래의 유토피아 관점을 교감하게 된 나에게 호주 원주민들의 순수한 내면적 스토리텔링은 무에서 유를 낳는 요람속의 풍요를 누리게 했다. 그들의 환경 속에서 채집된 것은 붉은 사막의 대지 위에 자란 나무의 살갗들이다. 벗겨진 나무껍질(Bark)은 들판을 불에 태워 땅을 회복시키는 그들의 자연적 행위를 통해, 혹은 자연발생적으로 강렬한 태양 빛에 의해 벗겨져 드러난 나무의 스킨(Skin)이다. 그 위에 애보리지널(Aboriginals)의 언어와 드림타임 스토리를 입히고, 채집된 현존의 유물처럼 각색한다. 특별하게 다가온 것은 오브제의 장소성과 문형에서 교감되는 감성과 순수성을 채집한다는 것이 발굴과 복원하는 하나의 행위를 통해 진화와 창조의 경계를 넘어선 단지 환상의 변이로 설명한다. 자연 선택, 유전적 부동, 유전자 흐름같은 여러 진화의 편집이 드림 타임 스토리, 나의 작업과정의 일부로 자리 잡는다. 20일 가량의 호주 사막여정에서 한 예술가의 ‘노마딕 예술가의 가방’의 외적 형식으로 차용된 공구박스는 노마딕 창작유물컬렉션을 담고 있는 상자로 구현되었다. 5면의 입체의 면에는 호주 원주민들의 700여개 이상의 커뮤니티, 언어의 그룹으로 나뉘어져 원시적 기호와 문형(공통적 의사소통의 근원)을 갖고 있는 지형 텍스트가 나열된다. 드림타임 시대의 호주 지도 속으로 나의 흐르는 생각들이 맵핑되어 노마딕 박스로 박제된다.

어디론가 흘러가는 종족들의 행렬, 해부학적 편집과 과학적 명칭과 의미들, 근원을 찾기 위한 지도제작, 광대한 붉은 사막의 파노라마의 파편들 속에서 땅, 하늘, 물, 인간, 그리고 변이된 또 다른 것들을 공존시키면서 그 내밀한 자아의 촉매자 역할을 자초한다.

생각이 생각을 부르고,
친숙한 것인데 생소한 것들과 혼합시키며,
시간과 장소의 역할이 나약한 하나의 부름에 불과하고,
태워지는 냄새에 섭취하는 기쁨을 느끼며,
변이된 것들에 마음이 동하고,
꾸며낸 허상을 매 순간 나의 내밀한 통로로 삼는다.

난 이것을 나만의 잠재된 (혹은 이상한) 정밀화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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